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때론 업무나 생활의 피로보다 더 깊고 오래 남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갈등을 피하려는 습관,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고려하는 성향이 반복되다 보면 정작 자신은 ‘예스’를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노’라고 외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 결과는 감정의 소진, 관계 피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절을 잘하는 법'이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어디에서 예스를 말하고 어디에서는 노를 말해야 할지, 그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는 일입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상대를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선택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인간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핵심 전략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간관계에서 자주 흔들리는 감정의 균형을 회복하고, ‘내가 선택한 관계’ 속에서 덜 지치고 더 건강하게 살아가는 예스&노 기준 정립법을 안내합니다.
1. 내 감정을 중심에 두는 연습: 상대의 반응보다 나의 기준 먼저
사람들은 대개 상대의 기분을 먼저 고려한 뒤, 나의 감정을 조절하거나 숨기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갑니다. 겉으론 예의를 갖추고 있지만, 속으로는 억울함이나 피로감이 쌓여가며 결국 ‘인간관계가 버겁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하죠. 이는 ‘예스’와 ‘노’의 기준이 내 감정이 아닌, 상대의 반응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부탁을 할 때 “거절하면 실망하지 않을까?”,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먼저 들면, 이미 기준은 상대 쪽에 있습니다. 이 기준을 바꾸려면 먼저 나의 감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부탁이 내 시간을 지나치게 뺏는 건 아닌지, 내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건 아닌지, 내가 그걸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건지 먼저 자문해야 합니다. '내 감정이 불편하거나 불안한 상태에서 억지로 예스라고 말하는 순간, 그 관계는 피로를 전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먼저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싫은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감정 리터러시를 높이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감정 노트’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번, 사람들과의 대화나 요청 중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순간을 기록해 보고, 그때 왜 예스라고 말했는지, 왜 노라고 말하지 못했는지를 분석해 보는 거예요. 이렇게 일상 속에서 반사적으로 내뱉는 예스와 노 사이의 감정 흐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기준이 조금씩 ‘타인 중심’에서 ‘나 중심’으로 옮겨집니다. 감정은 나의 것이고, 관계는 선택의 결과입니다. 내가 중심이 되지 않는 예스는 언젠가 후회가 되고,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한 노는 죄책감을 남깁니다. 예스&노의 기준을 세우는 첫 단계는 ‘나의 감정이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2. ‘거절’이 아니라 ‘선택’으로 바꾸기: 경계를 만드는 말하기 방식
많은 사람들이 거절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거절=상대를 밀어내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거절은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 들어올 수 있는 경계를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즉, 이것은 나를 보호하는 선택이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율의 과정**일 뿐입니다. ‘예스&노’의 기준을 제대로 세우려면, 먼저 ‘거절의 기술’보다 ‘경계의 언어’를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건 싫어요”보다는 “이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지금은 제 시간이 필요해서요”와 같이, 감정이 아닌 ‘사실과 선택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상대를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내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또한 ‘선택형 표현’은 감정 소모를 줄이고, 상대에게도 덜 부담을 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어렵지만 다음엔 내가 제안할게요”, “이 부분은 내가 도울 수 없지만 다른 건 함께할 수 있어요”처럼, 전면적인 거절이 아닌 ‘조정된 예스’로 말하는 방식은 경계는 지키되 관계는 이어갈 수 있는 균형점을 만들어 줍니다. '경계는 차단이 아니라, 연결을 위한 설계'입니다. 내 삶에 들어오는 모든 요청을 수용하면 결국 나라는 공간은 사라지고, 타인의 요구로 채워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응답하는 것이 진짜 관계 유지의 기술입니다. 말하는 방식만 바꿔도 사람들은 ‘싫어서 거절했다’고 느끼기보다, ‘자기 기준이 확실한 사람이구나’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오히려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며, 더 건강하고 명확한 관계를 만드는 토대가 됩니다.
3. ‘좋은 사람’보다 ‘편한 사람’ 되기: 기준을 반복해서 삶에 적용하기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입니다. 언제나 친절해야 하고, 실망시키지 않아야 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결국 자기 소진을 가속화시키고, 관계를 버겁게 만듭니다. 하지만 진짜 오래가는 인간관계는 ‘항상 착한 사람’보다 ‘기준이 명확해서 예측 가능한 사람’입니다. 상대방도 나와의 경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해지고, 서로 피로하지 않은 범위에서 지속 가능한 연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을 반복해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예스&노 리스트’를 만들고 실천하는 루틴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앞으로는 무조건 예스 하지 않기로 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어봅니다: 일요일 밤 9시 이후 업무 관련 연락, 불편한 모임에 억지로 참여,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부탁에 끌려가기.
반대로 ‘내가 기꺼이 예스 할 수 있는 일’도 함께 정리해 보세요: 도움이 필요한 지인에게 먼저 연락하기, 내 시간 안에서 감당 가능한 협업 요청 수락, 감정적으로 공감이 가는 제안에 열려있기.
이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예스와 노를 말할 때 ‘나의 기준을 기억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 한 번의 명확한 거절보다, 작은 선택들을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적용하는 반복이 훨씬 큰 힘을 발휘합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타인이 내리는 것이지만, 편한 사람이라는 느낌은 내가 만들어가는 관계의 결과입니다. 내가 지치지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는 삶’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관계는 조율이지만, 나의 감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어가야 할 관계는 없습니다. 예스와 노의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를 선언하는 것과 같으며, 그것이 곧 인간관계에서의 진짜 스트레스를 줄이는 핵심입니다. 거절이 두려울수록, 기준을 더 선명히 해야 합니다. 감정 중심이 아닌 나의 삶 중심에서 예스와 노를 판단하고, 그 기준을 말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반복해서 삶에 적용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모이면, 인간관계는 덜 소모되고 더 균형 잡힌 구조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내 마음의 평온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스’와 ‘노’를 내 안에서 먼저 정리해 두는 일입니다.